1,448쪽의 벽돌책 앞에서 주저하는
지극히 보통 투자자를 위한 안내서
※ 이 리딩 가이드는 데스크톱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표, 수식, 구조화된 레이아웃이 포함되어 있어
모바일 기기에서는 일부 내용이 의도한 형태로 표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손에 든 순간 가장 먼저 찾아오는 감정은 아마도 두려움일 것입니다. 1,448쪽이라는 분량,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식들, ‘DCF’, ‘WACC’ 같은 암호 같은 약어들. 이 책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까지. 이 모든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저자 다모다란 교수도 이 책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이 책은 분량이 가장 많고 내용도 가장 충실하다. (…) 나의 주된 독자는 교수나 대학생이 아니라 실무자들이다.” 한국어판 서문, 7쪽
네, 이 책은 전문가를 위한 책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여러분이 이 책을 읽을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산을 오르는 방법은 하나가 아닙니다. 정상까지 단숨에 오르는 등반가가 있는가 하면, 전망 좋은 중턱까지만 다녀오는 산책자도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그 산을 ‘다녀온’ 사람입니다.
이 책이 건네는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낚싯대입니다. 한번 익히면 평생 쓸 수 있는 생각의 도구입니다.
리딩 가이드는 본책의 대체재가 아니라 나침반입니다. 본책 1,448쪽을 처음 만나는 독자가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앞에 세운 안내서입니다. 리딩 가이드를 끝까지 읽고 나면 본책의 어느 서랍을 먼저 열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리딩 가이드에서 맛본 개념들의 실제 무게와 깊이는 본책을 펼쳐야 비로소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모든 이론은 사실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수식’과 ‘용어’라는 옷을 입고 있을 뿐입니다. PART 1에서는 중고 아이폰 거래라는 이야기 하나로 본책 전체의 뼈대를 한 번에 보여드리겠습니다.
친구가 “2년 정도 쓴 아이폰 있는데, 80만 원에 살래?”라고 물어보면 여러분은 곧바로 질문이 떠오를 것입니다.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방금 가치평가의 3대 접근법을 모두 사용한 셈입니다. 본책 2장에 등장하는 이 거창한 이름들을 일상의 언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여러분의 질문 | 이 책의 용어 | 핵심 아이디어 |
|---|---|---|
| “배터리는? 고장 난 데는? 앞으로 얼마나 쓸 수 있지?” | 내재가치평가 (DCF) | 이 물건이 앞으로 나에게 줄 쓸모를 따져서 계산 |
| “당근마켓에선 얼마에 거래되지?” | 상대가치평가 (배수법) | 비슷한 물건의 시세와 비교하는 것 |
| “되팔 수 있을까? 수리해서 올릴까?” | 조건부청구권평가 (실물옵션) |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는 가치 |
보시다시피 어려운 이론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이미 하고 있던 판단에 이름표를 붙인 것뿐입니다. 이 책은 이 세 가지 질문을 주식·채권·부동산·스타트업·예술품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1,448쪽에 걸쳐 풀어놓은 해설서입니다.
친구가 80만 원을 부릅니다. 이것이 가격(price)입니다. 그런데 배터리 상태, 액정 흠집, 앞으로 쓸 수 있는 기간을 따져본 결과, 65만 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판단합니다. 이것이 가치(value)입니다.
“금융자산은 자산에서 기대되는 현금흐름을 근거로 매수해야 한다.” 1장, 20쪽
친구가 “그래도 아이폰인데, 시세가 원래 그래”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당근마켓에서는 80만 원에 팔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세(가격)와 내가 이 물건에서 얻을 가치는 별개의 것입니다. 이 둘 사이의 간격이 투자의 출발점입니다.
| 구분 | 무엇이 결정하나 | 일상 비유 |
|---|---|---|
| 가격 | 지금 이 순간의 시장 분위기와 수급 | 당근마켓 시세, 오늘 검색어 순위 |
| 가치 | 그 자산이 앞으로 만들어낼 현금흐름의 합 | 이 아이폰을 앞으로 3년간 쓰면서 얻을 편익 |
이 구분 하나만 마음에 새겨도 여러분은 이미 시장 참여자 대다수보다 앞서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둘을 혼동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이 간단한 판단조차 자꾸 빗나가곤 합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이것은 일종의 ‘가치평가의 버뮤다 삼각지대’입니다. 비행기가 사라지는 해역처럼 판단력도 여기서 자주 실종됩니다.
여러분이 “나는 갤럭시만 써”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같은 중고 아이폰이 객관적으로 65만 원의 가치가 있어도 45만 원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애플 팬’이라면 80만 원도 싸게 느껴집니다.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테슬라를 좋아하면 늘 ‘저평가’로 보이고, 싫어하면 늘 ‘고평가’로 보입니다. 숫자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것입니다.
“배터리가 앞으로 몇 년이나 더 갈지 모르겠는데, 값을 어떻게 매겨”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고 해봅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판단을 포기하면 아무것도 살 수 없습니다. 어떤 가치평가에든 불확실성은 남기 마련입니다. 이에 대한 저자의 결론은 단호합니다. 불확실성이 큰 자산일수록 제대로 평가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보상도 큽니다.
배터리 잔량, 나사 풀림, 케이스의 미세한 흠집, 충전 사이클, 원래 케이스 색상, 구매한 요일… 100가지를 따지기 시작하면 판단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내는 능력이, 모형의 정교함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가치평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이상으로 변수를 늘려서는 안 된다.” 1장, 26쪽
여러분이 지난번 투자에서 손해를 보셨다면, 그 원인은 셋 중 어느 쪽에 더 가깝습니까? “그 종목이 좋아서 과대평가했다”(편견), “불안해서 팔았더니 올랐다”(불확실성 대응 실패), “너무 많은 지표를 보다가 결정 시점을 놓쳤다”(복잡성). 이런 자기 인식이 가치평가 여정의 첫걸음입니다.
지금까지 다룬 내용이 본책의 1장에 해당합니다. 불과 16쪽 분량입니다. 이것만 읽어도 이 책이 약속하는 것의 절반은 얻은 셈입니다.
1,448쪽을 마주하면 드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어디서부터, 얼마나 읽을 것인가?’ 산의 높이는 같아도, 사람마다 맞는 루트는 다릅니다. 세 가지 루트를 준비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시간 여유와 관심의 깊이에 맞춰 고르면 됩니다.
목표: 가치평가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감을 잡는 것
목표: 주변의 투자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추는 것
목표: 실제로 기업의 가치를 직접 평가해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
가장 짧은 길을 구체적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타이머를 맞춰봐도 좋습니다.
| 시간 | 무엇을 | 왜 |
|---|---|---|
| 0~10분 | 리딩 가이드 프롤로그 | 책을 대하는 마음의 정돈 |
| 10~20분 | 리딩 가이드 PART 1 (바로 앞 섹션) | 가치평가의 전체 뼈대를 흡수 |
| 20~30분 | 본책 1장 19~26쪽 (8쪽) | 저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 |
누군가 “가치평가가 뭐야?”라고 물으면 여러분은 아이폰 중고 거래 이야기로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가격과 가치는 다르다”는 것을 자기 언어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의 나머지 페이지가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됩니다.
일주일 뒤면 PER이 뭔지, 배수가 뭔지, 왜 DCF라는 것이 필요한지를 자기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매일 독서를 마친 뒤에는 ‘오늘의 한 문장’을 메모장에 적어보길 권합니다.
| 일차 | 읽을 곳 | 오늘의 한 문장 |
|---|---|---|
| 1일차 | 리딩 가이드 프롤로그 ~ PART 3 | “가격과 가치는 다르다” |
| 2일차 | 리딩 가이드 PART 4 ~ 부록 | “수식은 한 줄로 풀어낼 수 있다” |
| 3일차 | 본책 1장 전체 + 2장 개요 | “버뮤다 삼각지대: 편견·불확실성·복잡성” |
| 4일차 | 본책 13장 | “스토리 없는 숫자는 거짓이다” |
| 5일차 | 본책 17장 | “배수 비교는 비슷한 기업끼리라야 한다” |
| 6일차 | 본책 34장 | “기업마다 어울리는 모형이 다르다” |
| 7일차 | 복습 + 리딩 가이드 PART 6 실습 | “나도 치킨집의 가치를 매겨봤다” |
한 달을 투자하면 간단한 DCF 모형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합니다. 이 루트는 주중에 하루 30~45분, 주말에 1~2시간을 가정합니다.
현재 매수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면 PART 5의 ‘어느 서랍을 열까’ 표로 곧바로 가세요. 기업의 특성에 따라 어느 장을 먼저 읽으면 좋을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용어는 많지만, 여러분이 ‘친구’로 삼아야 할 단어는 열 개면 충분합니다. 각 개념을 일상의 비유로 먼저 풀고, 정의는 그다음에, 주의할 점은 마지막에 드리겠습니다. 한번 친해지면 평생 함께할 수 있습니다.
비유: 사람의 나이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주민등록증에 적힌 나이(가격)와, 건강검진 결과로 드러나는 ‘생물학적 나이’(내재가치). 주식의 내재가치는 후자에 해당합니다. 시장이 붙여준 값이 아니라, 기업의 실제 건강 상태가 말해주는 값입니다.
정의: 편향 없이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한 뒤 적정 할인율로 할인해 산출한 값입니다. 본책 2장 37쪽.
주의: ‘정답’이 아니라 ‘추정치’입니다. 누가, 어떤 가정 아래 추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나의 ‘참값’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 근거를 갖추어 내미는 숫자입니다.
비유: 똑같은 아이폰 14 프로가 주말에는 75만 원에, 평일에는 70만 원에 올라옵니다. 시세는 수요와 분위기에 따라 매일 달라집니다.
정의: 시장에서 매수자와 매도자의 수급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모멘텀, 심리, 유동성이 지배합니다.
주의: 가격은 ‘남들이 이 값에 거래하고 있다’는 정보일 뿐, ‘이 값이 맞다’는 보증은 아닙니다.
비유: 여러분 월급명세서의 ‘실수령액’과 같습니다. 명목상 연봉이 5,000만 원이어도, 세금과 건강보험을 떼고 통장에 꽂히는 돈은 4천만 원 안팎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회계장부의 ‘순이익’과 실제로 통장에 들어오는 ‘현금흐름’은 다릅니다.
정의: 특정 기간 동안 기업 또는 투자자에게 실제로 유입되거나 유출되는 현금입니다.
주의: 가치평가의 출발점은 ‘이익’이 아니라 ‘현금’입니다. 이익은 분식될 수 있지만, 현금은 거짓말하기 어렵습니다.
비유: 5년 뒤에 받기로 한 100만 원과 지금 당장 받는 100만 원은 같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도 있고, 기다리는 동안의 기회비용도 있으며, 못 받을 위험도 있습니다. 미래의 돈을 ‘오늘의 돈’으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환율, 그것이 할인율입니다.
정의: 현금흐름의 위험과 시간가치를 반영하여 현재가치로 변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 주식에는 자기자본비용을, 기업 전체에는 WACC(가중평균자본비용)를 사용합니다.
주의: 할인율이 1%p만 달라져도 산출되는 가치가 크게 출렁입니다. 이 숫자를 무심코 정하면 가치평가 전체가 흔들립니다.
비유: 눈사람을 만들 때, 처음 주먹만 한 덩이가 10바퀴 굴러 얼마나 커지는지는 ‘얼마나 자주 굴렸는가’(재투자율)와 ‘눈이 얼마나 잘 달라붙는가’(자본이익률)의 곱으로 결정됩니다. 기업의 성장도 같은 원리입니다.
정의: 이익·매출·현금흐름이 매년 늘어나는 속도입니다. 성장률 = 재투자율 × 자본이익률(ROIC).
주의: ‘공짜 성장’이란 없습니다. 성장하려면 번 돈의 일부를 다시 투입해야 하고, 그 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이느냐가 성장의 질을 결정합니다.
비유: 모든 투자의 출발점입니다. ‘이보다 위험한 곳에 돈을 넣으려면,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기준선입니다. 한국이라면 대개 10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이에 해당합니다.
정의: 부도 위험이 없는 장기채권의 수익률입니다.
주의: 국가마다 다릅니다. 미국 달러 기준으로 평가하면 미국 국채를, 원화 기준으로 평가하면 한국 국고채를 써야 합니다.
비유: 맛집이라고 소문만 난 곳과, 이미 줄 서서 먹어본 곳이 있다면 어디를 택하겠습니까? 확실한 쪽을 택하면 평범한 맛이고, 모험을 택하면 최고 아니면 최악입니다. 주식 투자에서도 이 ‘모험의 대가’가 요구됩니다.
정의: 무위험 이자율 위에 얼마를 더 받아야 주식을 살 의향이 생기는지를 나타내는 값. 역사적으로 미국에서는 연 4~6% 수준입니다.
주의: 시대, 국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나의 정답 숫자’가 있다고 믿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유: 주가가 2만 원이고 1주당 이익이 1,000원이면, PER은 20배입니다. ‘현재 이익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20년이면 본전을 뽑는 주식’이라는 뜻입니다.
정의: 주가 ÷ 1주당 순이익입니다.
주의: PER은 반드시 세 가지와 함께 봐야 합니다. ① 성장률: 이익이 커질 기업은 PER이 높아도 싼 것일 수 있습니다. ② 위험: 변동성이 큰 기업은 같은 PER이라도 비싼 것입니다. ③ 배당성향: 같은 이익이라도 주주에게 돌려주는 비율이 다릅니다. “PER 15배가 30배보다 싸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비유: 그 회사의 모든 자산을 팔아 빚을 갚고 남은 돈이 ‘순자산’입니다. PBR 1배는 시장가격과 해체 가치가 같다는 뜻이고, 2배는 해체 가치의 두 배로 거래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의: 주가 ÷ 1주당 순자산(장부가치)입니다.
주의: 브랜드나 특허 같은 무형자산은 장부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습니다. 애플이나 코카콜라의 PBR이 항상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PBR이 높다고 반드시 비싼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어떤 관계에 있느냐입니다.
비유: DCF 모형에서는 10년까지 매년 따로 계산하고, 11년차 이후는 ‘이런 식으로 계속 굴러갈 것’이라고 가정하여 한 덩어리로 묶습니다. 이 한 덩어리가 바로 잔존가치입니다. 현금흐름이 먼 미래까지 이어지는 자산에서는 이 덩어리가 오히려 전체 가치의 60~80%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정의: 명시적 예측 기간 이후의 모든 현금흐름을 하나로 묶어 현재가치로 환산한 값입니다.
주의: 잔존가치의 ‘영구 성장률’은 무위험 이자율(≒경제 성장률)을 절대 넘길 수 없습니다. 이 규칙 하나만 기억해도, 초보자가 흔히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본책에는 이 밖에도 수십 개의 개념이 등장합니다. 베타, CAPM, FCFF, FCFE, EV/EBITDA, WACC, 국가 위험 프리미엄, 실물옵션… 이 모든 것은 위의 열 개 기초 위에 놓인 응용입니다. 지금 이 열 개를 자기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필요할 때 리딩 가이드 PART 5의 ‘34개의 서랍’에서 찾아가면 됩니다.
본책에는 수식이 수백 개 등장합니다.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일반 독자가 정말로 이해해야 할 수식은 다섯 개뿐이고, 다섯 개 모두 한 줄의 우리말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풀어놓고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한 줄 말풀이: “자산의 가치란, 앞으로 받을 모든 돈을 시간의 무게만큼 깎아서 더한 것이다.”
왜 깎나요? 5년 뒤의 100만 원과 지금의 100만 원은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다리는 대가, 기회비용, 못 받을 위험을 반영하여 값어치를 깎아내는 것입니다. 그 깎아내는 비율이 r, 즉 할인율입니다.
일상의 예: 월세 50만 원짜리 원룸 건물의 가치는 앞으로 받게 될 월세를 모두 합산한 값입니다. 다만 ‘내년의 월세’는 ‘올해의 월세’보다 값어치가 조금 덜합니다.
한 줄 말풀이: “매년 같은 비율로 영원히 커지는 현금흐름의 가치는 첫해 현금흐름을 ‘할인율에서 성장률을 뺀 값’으로 나누면 된다.”
왜 이렇게 간단한가요? 놀랍게도 매년 일정 비율로 성장하는 무한수열의 현재가치는 이처럼 간단한 분수 하나로 수렴합니다. 수학적으로 증명된 결과이니 받아들이면 됩니다. 10년치 계산을 복잡하게 늘어놓지 않고도, 그 뒤의 ‘영원한 나머지’를 이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 셈입니다.
영구 성장률을 할인율보다 크게 잡아서는 안 됩니다. 분모가 음수가 되어 산식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나아가 영구 성장률은 해당 국가의 경제성장률(≒무위험 이자율)을 넘길 수 없습니다. 하나의 기업이 영원히 경제 전체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규칙만 지켜도 초보자 실수의 절반은 피할 수 있습니다.
한 줄 말풀이: “PER이 높을 수 있는 이유는 세 가지다. ① 이익을 주주에게 많이 돌려주거나, ② 성장률이 높거나, ③ 위험(할인율)이 낮거나.”
왜 중요한가요? “PER 30배짜리 주식, 비싼 걸까?”라는 질문은 이 세 가지를 함께 보지 않으면 답할 수 없습니다. 성장률이 연 15%인 기업이라면 30배도 싸고, 성장률이 3%에 불과하다면 15배도 비쌉니다. 배수는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으며, 이 분해식의 논리를 마음속에 갖고 있어야 합니다.
한 줄 말풀이: “기업은 번 돈의 얼마를 다시 사업에 넣느냐(재투자율)와 그 돈을 얼마나 잘 굴리느냐(자본이익률)의 곱만큼 자란다.”
왜 이렇게 깔끔한가요? 성장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번 돈을 뽑아 쓰기만 하면 회사는 자라지 않습니다. 번 돈의 일부를 다시 사업에 넣어야 하고, 그 투입이 효과적이어야(수익률이 높아야) 비로소 성장합니다. 이 수식은 ‘성장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일상의 예: 치킨집 사장님이 번 돈의 절반을 새 매장을 여는 데 쓰고(재투자율 50%), 새 매장의 수익률이 연 20%라면, 그 프랜차이즈는 연 10%씩 성장합니다.
한 줄 말풀이: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주주가 요구하는 수익률(r)보다 높으면, PBR은 1배를 넘는다.”
왜 이것이 중요한가요? “PBR 0.5배면 싸고, 2배면 비싸다”는 것은 흔한 오해입니다. 실상은 이렇습니다. ROE가 자본비용보다 낮은 기업은 PBR이 1배 아래인 것이 합당합니다. 자본을 효율적으로 굴리지 못하는 기업의 장부가 1,000원은 시장에서 1,000원의 값을 받지 못합니다. 반대로 ROE가 높은 기업이라면 PBR이 2배나 3배여도 저평가일 수 있습니다.
이 다섯 수식을 암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필요할 때 리딩 가이드를 다시 펼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각 수식이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누군가 “PER 30배면 비싼 거 아니야?”라고 물었을 때, “성장률과 위험을 먼저 봐야 합니다”라고 답할 수 있다면, 수식의 메시지가 여러분 것이 된 것입니다.
이 책은 1장부터 34장까지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수학책이 아닙니다. 34개의 서랍이 달린 하나의 큰 서랍장입니다. 이 서랍장과 오래 함께하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서랍을 열면 됩니다. ‘모든 서랍을 다 열어봐야 한다’는 강박은 내려놓으세요.
| 영역 | 방(장) | 그 영역에서 할 수 있는 것 |
|---|---|---|
| 현관·거실 (기초 다지기) | 1~8장 | 가치평가의 언어를 익히고 재무제표 보는 법과 위험·할인율의 뜻을 배웁니다. |
| 부엌 (재료 손질) | 9~11장 | 이익을 현금흐름으로 바꾸고 성장률을 추정합니다. |
| 거실 (음식 차리기) | 12~16장 | 실제로 DCF 모형을 돌려봅니다. 배당·FCFE·FCFF 모두 다룹니다. |
| 식당 (맛 비교) | 17~20장 | PER·PBR·EV/EBITDA·매출배수를 제대로 쓰는 법을 익힙니다. |
| 서재·다락 (특수 상황) | 21~30장 | 은행, 적자기업, 스타트업, 비상장기업, M&A, 부동산, 실물옵션 등 특수한 상황을 다룹니다. |
| 옥상 (종합) | 31~34장 | 가치 증대 전략, 확률적 분석 도구, 모형 선택 가이드를 종합합니다. 필독 영역입니다. |
지금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그 서랍부터 열어보면 됩니다.
| 지금 저는… | 먼저 열어볼 방 | 이유 |
|---|---|---|
|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대기업 주식을 평가해보고 싶습니다 | 14, 15장 | DCF의 표준 적용 방법을 다룹니다. 안정된 기업의 가치평가 본류입니다. |
| 적자 내는 스타트업(쿠팡·토스 스타일)을 이해하고 싶습니다 | 22, 23장 | 적자, 고성장, 높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기업을 위한 방법론입니다. |
| 은행·보험주에 관심이 있습니다 | 21장 | 금융서비스 기업은 ‘부채’의 정의부터 일반 기업과 다릅니다. |
|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 26장 | 부동산에도 DCF가 적용됩니다. 한국 독자에게 특히 유용한 장입니다. |
| 스타트업 창업자이거나 VC에 관심이 있습니다 | 13, 23, 24장 | 스토리와 숫자, 신생기업 평가, 비상장기업 평가 |
| 기업 인수합병(M&A)을 배우고 싶습니다 | 25장 | 시너지와 통제권 프리미엄의 진정한 의미를 밝힙니다. |
| 비트코인·수집품·미술품의 가치가 궁금합니다 | 27장 | 현금흐름이 없는 자산에 어떻게 ‘값’을 매길 수 있는지 다룹니다. |
| 배수 투자(PER·PBR)를 제대로 쓰고 싶습니다 | 17~20장 | 배수 네 종류의 올바른 사용법과 함정을 짚어줍니다. |
특정 기업을 평가할 때, 그 기업의 특성에 맞는 모형을 고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아래 표 하나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길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 기업의 특성 | 어울리는 모형 | 주의할 것 |
|---|---|---|
| 배당 꾸준히 주는 성숙 기업 (KT&G, 은행주) | 배당할인모형 | 배당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돈과 비슷한 수준인지 확인 필요 |
| 이익은 내지만 배당이 거의 없음 (대부분의 성장주) | FCFE 또는 FCFF 모형 | 부채비율의 변화에 주의 |
| 적자이지만 매출은 급성장 (쿠팡·플랫폼 스타트업) | 매출 기반 DCF (13장) | 흑자 전환 시기의 추정이 핵심 |
| 은행·보험사 | 배당할인모형 또는 초과수익모형 | 부채의 정의가 일반 기업과 다르므로 주의 필요 |
| 비상장기업 | 상장사 배수를 적용한 뒤 유동성 할인을 반영 | 경영권 프리미엄도 함께 고려 |
| 여러 사업부문을 가진 복합기업 (SK, 삼성물산) | 부분합산(Sum-of-the-Parts) | 사업부문 간 이중계산 방지에 유의 |
| 제약 특허·광산 매장량 | 실물옵션(블랙숄스 또는 이항) | 입력 변수의 추정이 매우 어렵다는 점에 유의 |
본책에서 어떤 장을 읽었든 마지막은 반드시 34장으로 마무리하길 권합니다. 34장은 앞선 33개 장을 하나씩 되짚으며, 어느 상황에 어느 모형을 써야 하는지 정리해주는 결론입니다. 34장이 있기에 앞의 장들을 전부 읽지 않았더라도 흩어진 조각들이 하나로 엮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직접 써볼 차례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엑셀도, 스프레드시트도, 계산기도 필요 없습니다. 머릿속으로, 혹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따라올 수 있는 수준으로 준비했습니다. 이 과정을 마치면 여러분은 이미 가치평가를 해본 것입니다.
“옆집은 얼마에 팔렸지?”라고 묻는 방법입니다. 동네 시세가 순이익의 4~5배이므로:
주인분의 호가 1.2억은 시세 하단에 해당합니다. 이 방법만 놓고 보면 싼 편입니다.
※ 이것이 PER 방식입니다. 치킨집의 ‘가격(호가) ÷ 이익’ = 1.2억 ÷ 3,000만 = 4배, 즉 PER 4배입니다.
“이 가게가 앞으로 나에게 얼마를 벌어다 줄까?”라고 묻는 방법입니다.
세 가지 가정을 세워보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를 숫자로’ 바꾸는 작업입니다.
앞으로 10년간 매년 받을 순이익 3,000만 원을 10%로 할인해 모두 더하면(정밀하게는 계산기가 필요하지만, 근사치로) 약 1.84억 원입니다. 여기에 10년 뒤 집기 잔존가치의 현재가치 약 385만 원을 더하면, 합계 약 1.88억 원입니다.
이 방법으로 보면 1.2억이라는 호가는 상당히 싼 셈입니다.
“매년 3,000만 원이 10년간 유지된다”는 가정, 과연 현실적일까요? 옆 블록에 새 치킨집이 들어올 수도 있고, 단골이 빠질 수도 있으며, 여러분이 직접 튀기느냐 아르바이트를 쓰느냐에 따라서도 이익이 달라집니다. 가정이 결과의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성장률을 3%로 잡으면 가치는 더 올라가고, 5년 뒤 경쟁 격화로 이익이 반토막 난다고 가정하면 가치는 크게 떨어집니다.
“지금 당장 이 가게를 해체해서 팔면 얼마가 남을까?”라고 묻는 방법입니다. 집기의 중고 시세는 2,000만 원입니다. 권리금은 이 계산에서 일단 제외하겠습니다. 이 방법만 놓고 보면, 1.2억이라는 호가는 터무니없이 비쌉니다.
※ 이것이 PBR적 관점, 즉 자산 대비 가격을 따지는 접근입니다.
| 방법 | 추정 가치 | 호가(1.2억)의 평가 |
|---|---|---|
| 상대가치 (배수) | 1.2~1.5억 | 시세 하단, 적정 수준 |
| 내재가치 (DCF) | 1.88억 | 매우 쌈 |
| 자산가치 (청산) | 0.2억 | 터무니없이 비쌈 |
셋 다 맞기도 하고, 셋 다 틀리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가치평가의 본질입니다.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이제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어떤 가정이 가장 현실에 가까운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방금 가치평가의 세 가지 접근법을 모두 사용해본 것입니다. 실제로 기업 M&A 실무자들이 하는 일도 본질은 이것과 같습니다. 다루는 숫자가 100억, 1조로 커지고 엑셀 시트가 복잡해질 뿐, 뼈대는 지금 이 치킨집 이야기와 같습니다. 이제 본책의 14~16장이나 17~20장을 펼칠 때 여러분은 ‘무엇을 왜 하는 것인지’를 아는 상태에서 읽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볍게 점검해보는 시간입니다. 정답을 맞히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아, 그거 나도 설명할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각 문항을 보고 마음속으로 먼저 답한 뒤, ‘힌트’를 펼쳐서 비교해보세요.
정답이 없는 질문들입니다. 종이와 펜을 꺼내어 한 줄씩 적어보면, 리딩 가이드에서 얻은 것이 비로소 여러분의 것으로 자리 잡습니다.
리딩 가이드를 여기까지 읽은 여러분은 이 책을 더 이상 ‘두려운 1,448쪽’이 아니라 ‘34개의 서랍이 있는 서랍장’으로 바라볼 준비가 된 것입니다. 본책을 펴실 때 한 쪽 한 쪽을 정복하려 하지 마시고, 필요한 서랍을 하나씩 열어보세요. 책은 어디로도 가지 않습니다.
1,448쪽을 모두 잊더라도, 이 세 문장만 품고 있으면 이 책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이런 시장에도 가치평가가 여전히 타당할까? 나의 대답은 변함없다. 절대적으로, 그리고 과거 어느 때보다도 타당하다.” 4판 개정판 서문, 10쪽
이 책의 어느 서랍에 마음이 머물렀다면, 저자가 직접 운영하는 무료 자료실이 평생의 동반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지만, 스프레드시트와 데이터는 언어 장벽이 크지 않습니다.
| 자료 유형 | 내용 |
|---|---|
| 장별 강의 슬라이드 | 34개 장에 대한 PDF 슬라이드. 본책의 내용을 한눈에 압축해서 볼 수 있습니다. |
| 핵심 스프레드시트 | FCFF·FCFE·WACC·베타 계산 등 바로 활용할 수 있는 30여 개의 Excel 파일입니다. |
| 업종별 데이터셋 | 베타·PER·EV/EBITDA 등의 업종 평균 데이터. 매년 업데이트됩니다. |
| 연습문제 해답 | 본책 각 장 끝에 수록된 연습문제의 해답 모음입니다. |
| 강의 웹캐스트 | NYU Stern에서 진행된 가치평가 강의 전편. 영어로 제공됩니다. |
| 저서 | 특징 |
|---|---|
| 《다모다란의 기업 생애주기(The Corporate Life Cycle)》 | 기업의 생애주기별로 투자·자금조달·배당에 관한 의사결정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담았습니다. 본책에서 스타트업이나 성숙기업을 다루는 장과 함께 읽으면 이해가 한층 깊어집니다. |
| 《다모다란의 투자 전략 바이블(Investment Fables)》 | 세상에 떠도는 투자 전략들의 허와 실을 하나씩 검증합니다. ‘싼 주식이 오른다’, ‘성장주가 이긴다’ 같은 통념 뒤에 숨은 함정을 밝혀줍니다. |
| 《다모다란의 투자 철학》출간 준비중 | 가치투자, 차트분석, 차익거래에 이르기까지 투자 철학의 지형도를 그려줍니다. ‘나에게 맞는 투자 철학’을 찾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 |
리딩 가이드가 여러분과 이 책 사이를 잇는 작은 다리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 책은 1,448쪽이지만, 여러분에게 남은 투자자로서의 생애는 그보다 훨씬 깁니다. 서두르지 마시고, 때때로 이 서랍장의 서랍을 하나씩 열어가며 오래도록 함께하세요.